웹 미니멀리즘

by JAE IL HAN

미니멀 스타일(minimal style)
역사는 하나의 흐름이다. 따라서 맥락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때 그 참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같은 경향 또한 마찬가지다. 당대의 상황과 그 흐름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맥락을 짚는 일에 소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사이트가 오픈하고 그 중에서도 많은 수가 미니멀리즘을 표방하고 있다 말하지만, 실제로 이들 사이트에서 미니멀리즘 시대의 젊은 예술가들이 가졌던 본질에 대한 고뇌의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각적 유사성 때문이라면 그건 미니멀리즘이 아닌 ‘미니멀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오랜 시간 동안 예술가들은 캔버스 위에 실제 보다 더 실제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원근법과 같은 과학적 탐구가 적용되었고, 보다 더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서 오브제는 캔버스 위에서 각색되기도 했다. 또한 보이지 않는 면까지 펼쳐 놓음으로써 입체감을 완성하고자 했다.

사진기가 등장한 이후에는 예술가들은 사실적 묘사에 대한 탐구 보다는 작가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으며, 1950년대 등장한 다다이즘이나 추상표현주의는 극단의 감정 이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젊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기존의 회화 방식에 대해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아무리 진짜처럼 그렸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실제가 아닌 환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영적 요소들 때문에 현실과 회화 사이에 괴리가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의지나 감정의 개입 없이 냉정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자 했다.

미니멀리즘 예술가들은 회화 본질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으며, 비본질적 요소인 3차원적 환영이나 작가의 감정 이입 등을 제거해 나갔다. 이러한 탐구의 결과는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 1878-1935)의 ‘Black Square’라는 작품을 통해서 극명하게 들어난다.

그는 2차원의 캔버스 위에 3차원적 환영을 제거하고자 검은색 안료를 넓게 칠함으로써 입체감(깊이) 없는 회화를 완성한 것이다. 또한 도널드 주드(Donald Judd, 1928-1994)는 사각의 조형물을 반복해서 설치하는 작업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나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자 했다.

이렇듯 미니멀리즘은 기존의 화단에 대한 반동으로 발생한 것이다. 환영에 대한 집착이나 극단적 형태의 감정 이입에 실증을 느꼈으며,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통해서 현실과 회화 간의 괴리를 좁히고자 했던 것이다.

미니멀리즘 예술가들이 남긴 말과 작품
“당신에게 보이는 것은 바로 당신이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 그림에서 어떤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려고 애쓰지만 나의 그림은 그 자체가 의미일 뿐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당신이 보는 것이 전부이다.” Frank Stella (1936- )

“형태의 단순함이 반드시 경험의 단순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일한 형태라고 해서 요소간의 관계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형태 자체가 관계를 정의하게 된다.” Louis Morris (1912-1962)

“Less is more” Mies Van Der Rohe (1886-1969)

이유있는 웹 미니멀리즘의 태동(?)
기술과 멀티미디어의 발전은 웹을 통한 보다 다양한 시각적 효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심지어 가상 현실과 같은 모방할 실제가 없는 환영까지 웹을 통해서 보여지고 있다. 또한 사이트의 사용성이나 감성적 측면의 강조는 오히려 필요 이상의 기능과 장식적 요소들이 사이트에 자리잡게 했으며, 오히려 이러한 것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혼란을 초래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상업 사이트뿐만 아니라 개인 블로그에서도 광고가 넘쳐나면서 정작 중요한 콘텐츠에 대한 가독성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으며, 현란한 플래시 배너들은 시각 공해라는 느낌마저 준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미술사에서 미니멀리즘이 태동하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위와 같은 웹 환경의 변화 속에서 많은 사용자들은 인터넷 사용에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현실과 가상세계 사이에서 혼돈을 겪기도 한다. 디자인 영역 전반에 걸쳐 미니멀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도 이러한 대중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웹 미니멀리즘 운동 또한 그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웹의 본질은 무엇인가?

회화와 마찬가지로 웹은 2차원의 브라우저 상에서 구현된다. 따라서 회화와 마찬가지로 평면성과 평면성의 구획은 웹에서도 중요한 본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웹은 예술 작품과는 다르다. 따라서 시각적 요소에 대한 탐구만으로는 정확한 본성을 파악할 수 없다. 웹만이 지니는 고유한 본성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웹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상에 형성되며, 구체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 외에도 유저와의 상호작용 등은 웹이 가지는 기본적인 속성이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웹의 본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평면성과 평면성의 구획
- 사이트 접속성
- 웹 사이트 간의 상호 연계성
- 목적성과 기능성
-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미니멀리즘 웹사이트
이러한 웹의 본성을 탐구하고 추구하는 노력은 비록 현재도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구글이다. 구글은 여타의 검색 사이트가 밟아온 행보를 거부하고 검색이라는 기능 하나 만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하나 The5k(www.the5k.org)는 사이트 용량이 5kb가 넘지 않는 사이트들의 전시장으로 사이트 용량의 극소화를 통해서 미니멀리즘을 보여주는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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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취지는 다르지만 미니멀리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캠페인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미국의 UI디자이너 Dustin Dias가 작년 4월 5일 처음으로 시작한 ‘CSS Naked Day’(http://naked.dustindiaz.com)라는 캠페인으로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블로그가 이 운동에 동참했다. 애초의 취지는 ‘블로그에서 디자인 영역에 해당하는 CSS를 제거함으로써 웹 표준에 맞게 잘 구조화된 블로그를 프로그래밍하자’였으나, 이를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환영적 요소들에 시달려 왔는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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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일년에 단 하루 동안만 이루어지는 행사였지만, 행사 후에도 몇몇 블로거들은 CSS를 되살리지 않은 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블로거들의 뜨거운 반응도 살펴볼 수 있었다.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
디자이너나 기획자들은 예술을 통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맥락 있는 사고로 현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은 사라진 H은행은 CI에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의 작품을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몬드리안과 그의 작품은 공산주의적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와 이를 대표하는 금융 산업의 간판이 공산주의를 상징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

항상 현상의 맥락을 파악하고 그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어야 할 것이다. 또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서 웹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지금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이 사이트가 행여 본질에서 벗어나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더 큰 현실과의 괴리감을 전달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점검해보자.

글. 본질 canscan@we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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